서울을 떠나 청주에 정착하고 5시간 알바를 시작한지도 이제 반년이 지났다.
최근에 하고 싶은 일들이 하나 둘 다시 생기기 시작했다.
나에게 이것은 아주 큰 변화였다.
나는 원래 꿈도 많고 하고 싶은 일이 많은 사람이었는데
(집안에서 할수있는 일상적인 소소한 하고싶은 일들이 아니라 뭔가 직업적으로도 이어질 수 있는 사회적인 일들)
서울에서 풀근무 하며 바쁘게 쫓기듯 살아가다 보니 하루하루 높은 현실의 벽에 부딪혀 나도 모르게 하고싶은 일들을 하나 둘 마음을 비워갔다.
세상을 겪고 알아가며 할 맛이 뚝뚝 떨어졌던 것 같다.
그리고 서울을 떠나면서는 하고 싶은 일이 없는 사람처럼 되었다.
그냥 집안에서 평화롭고 소박하게 심바랑 살고싶은 것 밖에는 더 바랄게 없는..
나와 맞지 않는 사람들과 그런 사회 속에서 경쟁을 조금도 하기 싫었던 것 같기도 하고
꼭 경쟁이 아니더라도 세상과 물리적 거리를 두어야 평온해지니 일단 그걸 실천했던 것 같다.
정의와 희망이 많이 사라져 나도 모르게 나의 염세력이 최고치를 찍었던 것 같다.
그런데 서울생활을 하기 전부터 갖고 있던 꿈들이 다시 조금씩 내 마음에 자라나기 시작했다.
참 신기했다 .
나이가 들면서 어른이 되면서 세상을 알게 되어 어쩔 수 없는 거라 생각했었는데
다시 나에게 집중 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아지고 남는 에너지도 많아지니
원래의 내 모습으로 돌아가는 건가.
그건 그냥 어린 시절이어서가 아니라 원래의 내 모습이었던 걸까.
나도 이런 내 마음의 변화가 아직 좀 낯설고 신기하고 또 한편으로는 참 좋고 감사하며 행복하다.
청주에서 생활하면서 식물을 여러가지 키웠었는데 그 중 가장 어려웠던 게 로즈마리였다.
모종이 아니라 씨앗을 심어서 시작했었는데 우리집에 햇살이 충분하지 않은 편이라 그런지
싹을 틔운 아이들이 정말 겨우겨우 자라나는 느낌이었는데
그 해 겨울이 지나고 씨앗 심은지 1년 정도가 지나고 나서야 싹을 틔운 씨앗이 있었다.
한날 한시에 심었는데 소식이 없어 나머지는 자라지 못했구나 했었는데
씨앗은 여전히 생명력을 간직하고 있었고 자신의 때에 자신에게 맞는 상황이 오니 싹을 틔웠다.
환경이 얼마나 중요한가 싶었다.
싹을 틔우지 않으면 씨앗이 살아있는지 죽었는지 밖에서는 알 수가 없다.
내 속에도 꿈의 씨앗들이 다 죽은 줄 알았는데 갑자기 싹이 하나 올라온 것이다.
그럴 수 있었던 이유는 내가 서울을 떠나서 청주에서 지친 몸과 마음을 회복하는 시간을 충분히 보냈고
또 그 후에 5시간 알바를 시작하면서 내 시간이 충분한 일상을 보내고 있어서가 아닐까 생각했다.
하고 싶은 것을을 어떻게 이루어갈지 그것보다
우선 하고 싶은 일들이 다시 생겼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나에게는 큰 희망이 생긴 기분이다.
나는 서울생활을 하면서 잠을 줄이거나 지독하게 살지 않고서는
출퇴근을 하면서 내가 원하는 것을 이루어가기가 정말 어렵다는 결론에 이르렀었다.
출퇴근 시간 제외, 근무시간 제외, 식사시간 제외, ..이렇게 필요한 시간들을 제외한 나머지 시간을 쪼개고 쪼개서
출근전에 운동도 하고 유튜브도 하고 강의도 보고 그렇게 살아봤었다. 15~30분 단위로 쪼개 썼던 것 같다.
몇달이 지나도 유의미한 발전은 보기 힘들었다.
하루 종일 회사를 위한 삶만 보내는 것 같았다.
그렇게 지쳐갔고 좋은 에너지는 남아 있지 않았고 내가 마지막으로 다해 본 최선에서는 답을 얻지 못하였다.
그 때 그렇게 나만의 최선을 다해보았기에 서울을 떠나고자 할 때 확신에 찬 선택을 할 수 있었던 것이기도 하다.
아무튼,
서울 생활의 기억 때문에 나는 다른 사람의 일을 하게 되면 일단 나를 위한 일은 하기 힘들다고 결론은 내렸던 것 같다.
모든 일이 그렇지는 않겠지만 내가 청주에서 하고 있는 5시간 알바는 나에게 그래도 그 시간 이상만큼의 (근무시간 외의)스트레스는 주지 않았던 것 같다.
그 외의 시간을 나를 위해 보낼 수 있었고 그것이 쌓이고 쌓여 몇달이 지나니 나도 모르게 예전의 내 모습을 되찾게 됨을 느꼈다.
그래서 나는 앞으로의 내 삶이 기대가 된다.
미래에 대한 계획을 안세운지 오래되었는데 최근에 다이어리에도 적어보고
화이트보드도 사서 보이는 곳에 이것 저것 적어봤다.
내 속도와 맞는 곳에서, 나에게 맞는 생활을 나름 하고 있는 느낌이다.
그래서 앞으로가 더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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