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되면서 점점 더 조용한 게 좋아진다
어렸을 땐 조용한 게 참 어색하고 싫었는데 어째서 지금은 한없이 조용한 게 마음이 편하고 좋은 걸까
학창 시절 공부할 때도 난 항상 귀에 이어폰을 꽂고 음악을 들으며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땐 나를 완전히 찾기 전이라 내가 고른 음악을 듣는 게 그나마 나다웠던 것 같다
세상의 소리를 내가 좋아하는 소리로 대체해서 차단한 것.
세상은 그때나 지금이나 나에겐 참 시끄러운 곳이고
지금은 나를 찾고나니 음악이 없이도, 정말 조용한 곳에서 평화가 온다
서울 생활을 몇 년째하고 지쳐갈 때쯤 도시가 참 시끄럽다 느껴졌다
한계에 다다른 상태였지 아마.
나는 부산에서 태어나 자라서 조용한 곳의 매력을 전혀 알지 못하고 자라온 것 같다
어디든 사람이 많고 북적였으니까.
(아파트와 학교가 가득한 동네에서 살았다)
어렸을 때의 좋은 기억은 참 신기하게도 대부분 자연과 가깝게 놀았던 장면들이다
동네 근처에서 쑥 캐러 다녔던 것, (한 손엔 봉지, 다른 한 손엔 학용품 칼을 가지고)
초등학교 운동장에 있던 사루비아에서 꿀 빨아먹었던 것 등등 ㅋㅋㅋ
배경이 도시라서 몇 안 되는 장면들이지만 나는 왜 그런 것들이 가장 즐거웠는지 지금 내 모습을 보면 알 것 같다.
여하튼 37살이 된 지금의 나는 조용한 게 참 좋다
큰 도시에서만 살다가 청주 조용한 동네에 오니 인터넷, 뉴스에서는 여전히 시끄러운 세상이지만
그래도 내 집에서, 창밖을 볼 때나 주변을 다닐 때 조용한 게 정말이지 가장 좋은 부분이다.
사람많고 시끄러운 곳에서만 살아와서 한이 맺힌 걸까
아무튼, 이제 나는 내가 뭘 좋아하는지 잘 알고 그것을 선택하며 살 수 있어 좋다
하루의 해가 뜨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빛이 움직여가는 걸 느낄 때
고요한 새벽 창밖에 차나 사람 소리 대신 새소리들만 가득하고
풀냄새, 흙냄새가 날 때
내가 이곳에서 느끼는 행복의 순간들이다
나에게 조용하다는 건 모든 게 무음이라는 뜻이 아니라 이런 평온함이다
이런 평온함을 정말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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